입찰 분쟁 사례 · 칼럼

발주기관의 부당특약 요구, 효력 있을까? — 기술사용료 전가 계약의 무효 판결

공공계약에서 발주기관은 입찰참가업체보다 훨씬 높은 협상력을 가집니다.
특히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에서는 업체가 발주기관의 요구사항에 난색을 표하면, 발주기관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후순위 업체와 협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주기관이라 해도 법령의 제한 없이 모든 요구조건을 관철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낙찰자가 기술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찰공고 조건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지방자치단체는 입찰공고에 다음 조건을 명시했습니다.

“낙찰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허권자와 체결한 기술사용 협약에 따라, 특허권자에게 12%의 요율로 기술사용료를 납부하고 기술사용권을 취득한 후 공사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A업체는 이 조건에 따라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자로 선정되었고, 기술사용료를 납부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공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A업체는 자신이 부당하게 부담한 기술사용료를 반환하라는 취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기술사용료는 공사원가 중 경비 항목에 해당하므로 예정가격 산정 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발주기관이 이를 기초금액에 반영하지 않고 낙찰자에게 전가하는 특약은,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지방계약법 제6조 제1항에 위반된다.”

광주고등법원 2012. 9. 19. 선고 2011나6761 판결

즉, 기술사용료는 예정가격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항목임에도 이를 누락한 채 낙찰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계약 조건은 부당특약으로서 무효라는 것입니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도급계약 체결은 원칙적으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나, 예정가격 산정 기준 등 법령을 따르지 않은 하자가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다202017 판결

3. 결론

예정가격 산정 시 반영했어야 할 비목을 누락한 채 그 비용을 낙찰자에게 전가하는 계약 조건은 부당특약에 해당하여 무효입니다.

다만 한 가지 유념할 점이 있습니다. 법원은 부당특약 인정에 있어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이번 사례는 기술사용료가 예정가격에 포함되어야 할 항목임이 명백했기에 부당특약으로 인정된 것이며, 예를 들어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발주처가 보전하지 않는 조건은 물가 변동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어 일방에게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당특약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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