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 의한 계약은 공공조달 계약 유형 중 하나로, 복잡한 계약 내용을 협상을 통해 세밀하게 규정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도입 이후 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협상 과정이 복잡한 만큼 법적 분쟁도 빈번합니다. 오늘은 기술협상이 완료된 이후 발주처가 협상 결렬을 통보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소프트웨어 개발·제작 업체 A는 B발주처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공고한 공공데이터 활용 사업에 참여하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A업체는 B발주처와 기술협상을 완료하고 기술협상서까지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B발주처는 돌연 협상 결렬을 통보했습니다. 이유는 A업체의 제안 내용이 제안요청서상 요구조건인 “상용소프트웨어” 및 “국내 구축사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 발주처의 의무 — 기술협상 완료 후 계약 체결 의무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제15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계약담당공무원은 협상이 성립된 후 10일 이내에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법원은 이 규정에 근거하여,
기술협상이 완료된 이상 B발주처는 10일 이내에 A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입찰을 실시한 자와 낙찰자 사이에는 본계약 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고, 어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상대방은 예약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41659 판결
즉, 법원은 기술협상이 완료된 우선협상대상자는 낙찰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며, 발주처는 본계약 체결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3. 발주처의 항변과 법원의 판단
B발주처의 항변도 일정한 근거가 있었습니다. A업체가 기술협상서에 명시된 기간까지 특정 기능을 구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본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이를 배척했습니다.
첫째, B발주처는 2차례의 기술협상, 현장실사, 제품시연 등의 절차를 거쳐 A업체의 기능 구현 방안을 직접 확인하고 수긍한 뒤 기술협상서 작성에 합의했습니다.
둘째, 해당 기능의 구현 여부를 본계약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명시한 바가 없었습니다.
셋째, 기술협상서상 일정 미준수는 계약 이행 과정에서의 문제이지, 계약 체결 자체를 거부하고 협상 결렬을 통보할 수 있는 사유로는 볼 수 없습니다.
4. 결론
B발주처는 정당한 사유 없이 협상 결렬을 통보한 것으로 인정되어, A업체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 사례는 기술협상이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A업체가 유리한 입장에서 다툴 수 있었습니다. 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결렬을 통보받은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